3월에 때아닌 눈이 내리더니 봄을 느끼기도 전에 여름이 성큼 자리했다. 월드컵 덕분에 더위를 잠시 잊어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30도를 넘나드는 더위와 내리쬐는 햇빛이 버거운 건 사실.
더위를 쫓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올 여름엔 짜릿하고 다이내믹한 짚라인을 경험해 봄은 어떨까. 짚라인은 열대 우림지역의 정글지역 원주민들이 바닥에 있는 뱀이나 벌레를 피해 나무와 나무 사이를 이동하던 교통수단을 기원으로 하며 해외에선 이미 일반화 되어 있는 차세대 레포츠. 와이어를 타고 이동할 때 지잎~하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짚라인이라 이름 붙여졌단다.
문경 불정자연휴양림 안에 설치된 총 9개의 짚라인 코스는 와이어를 타고 계곡과 능선 사이를 지나가게 설치되어 있어 숲속의 피터팬이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10명이 한조를 이뤄 출발에 앞서 입구에서 장비를 챙기는데 조금은 긴장된 모습이다. 혹여 풀어지지는 않을까 연거푸 확인하고 잡아 당겨본다. 트럭에 올라 1코스로 향하는 중 공중을 날아다니는 이들의 비명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1코스 준비대에 올라선 순간, 정적이 맴돈다. 모두들 눈만 껌벅껌벅 난간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 있다. 안전수칙을 설명하기 위해 ZG(Zippling Guide)가 앞으로 오라해도 잘 들린다며 요지부동이다. 와이어 밑에 서 있지 말 것과 착지시 다리를 펴서 ㄴ자를 만들라는 것, 탑승 중 와이어를 잡지 말라는 것만 유념한다면 탑승준비 끝. ZG가 와이어에 레일을 매달고 고리를 연결한 뒤에 자신은 그저 뛰어내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된다. 발판에서 발을 떼기가 쉽지 않다. 이 순간만큼은 모두들 양보심이 투철해(?) 뒷사람에게 기회를 먼저 주고자 한다. 드디어 한 명이 용기를 내어 나서니 이후엔 순조롭게 탑승이 이뤄진다. 두려움 반, 신기함 반으로 콩닥거리는 가슴을 안고 힘차게 발을 허공으로 날린 순간, 온 몸은 경직되어 두 눈 꼭 감고 호흡마저 멈춘 채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다리를 들라는 ZG의 고함소리가 아니었다면 도착지에 그대로 돌진할 뻔. 멍한 상태는 몇 명의 탑승자가 더 도착해서야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러나 숨 돌릴 틈도 없이 2코스로 연결, 숲길을 따라 날아가는 기분이 또 다르다. 흙빛의 땅이 보이니 더욱 불안해진다. 국제 공인 인증장비만을 사용하고 시설 또한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 설치, 시공했으며 주기적인 점검과 관리로 절대 떨어질리 없다는 설명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고개조차 움직이지 못한다. 3코스는 불정산의 산세와 경치를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최대의 장관을 자랑하는 코스라는데 속도감이 장난이 아니라 까악~하는 비명소리가 절로 나온다.
4코스에 접어들면서는 다들 얼굴색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번엔 뒤로 돌아 출발하란다. 어디서 발을 떼야할지 몰라 허둥거리다 내려서면 협곡을 지나는 재미가 꽤 괜찮다. 그러나 산너머 산이라고 언덕을 따라 내려서니 5코스에서는 3층의 조형물이 딱 버티고 서 있다. 앞의 탑승자를 보니 앞으로 나갔다가 뒤로 미끄러더니 중간에 멈춰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다리를 버둥거리며 높다란 타워에 겨우 발 디뎌 내려선다. 그러나 몇몇은 이제 짚라인을 즐기기 시작해 앞의 표적에 화살을 던져가며 점수를 겨뤄보기도 한다.
좌우로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 사이로 빠르게 날아가는 6코스에선 마치 타잔이나 제인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7코스에서는 하늘을 향해 두 팔 벌리고 누워서 타라는 미션이 주어진다. 지금까지 한 번도 손을 놓고 타 본 적이 없는 탑승자도 완벽하게 미션을 수행한다. 8코스에선 풍선을 불며 타고 내려가는데 가장 크게 분 탑승자에게는 기념품이 선물로 주어진다.
9코스 하나만을 남겨놓게 되자 모두들 처음의 두려움은 어디 갔는지 겨우 하나 남았다고 아쉬움을 표한다. 그 아쉬움을 달래듯 360m의 최장코스인 9코스에선 나름의 포즈로 한껏 폼을 재본다. 수퍼맨처럼 날아보려는 시도도 해보나 바람에 흔들리는 몸은 앞으로 질주하는 것도 허락지 않아 뱅글뱅글 돌기 일쑤.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9코스를 모두 탑승한 이들의 얼굴엔 자신감으로 가득하다.
해병대 훈련처럼 극한의 정신력과 체력을 요하는 것도 아니요, 번지점프처럼 공포심을 유발하는 것도 아닌 짚라인은 남녀노소 누구나가 하늘을 날되 조금은 속도감 있게 짜릿함과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좋다. 이용요금이 조금 비싼 듯하나 그 만한 값을 한다는 게 탑승자들의 이구동성. 탑승자가 그리 많지 않은 평일에 이용한다면 여유롭게 ZG와 게임도 즐기며 탑승할 수 있고 단풍 든 가을이 가장 멋지다는 팁을 얻자 또다시 찾으리란 예감이 스친다.
전 영 숙 / 자유기고가
▶ 교 통 : 영동고속도로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갈아타 문경새재IC로 진입, 3번국도를 따라 점촌방향으로 달리다 불정주유소에서 우회전하면 된다. ▶ 이 용 료 : 어른, 어린이 모두 50,000원. (단체 10인 이상 10%, 20인 이상 20% 할인) ▶ 인터넷과 전화예약, 현장접수 모두 가능. (www.zipline.co.kr/1588-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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